일상

2023/24 겨울학기 교환학생 회고

유훈 | Yuhun 2024. 4. 1.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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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3년 9월~ 독일로 교환학생을 다녀왔습니다. 다시 한국에 돌아온 지금 생각해보면 한순간의 꿈 같은 생활인데 정말 얻은 것도 많고 많은 경험과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아마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들 중 하나로 남을 것 같네요.

교환학생을 신청할 때, 가지고 있었던 목표도 있고 생각치 못했던 것들을 얻기도 했는데 이런 이야기들을 기록해보려 합니다. 보통 교환학생 하면 영어실력, 해외경험을 이유로 삼는데 저는 이런 이유도 있었지만 다른 목표들도 있었습니다.

 

먼저 제가 원래 예상하고 얻어오고 싶었던 것은 크게 자신감, 자립심, 심적 변화, 영어, 해외겨주 경험입니다.

자신감과 자립심입니다. 혼자 있을때는 없지 않았지만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땐 매우 소극적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누구나 그렇긴 하지만 주변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고 아무래도 저는 조금 더 받는 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자취를 할 여건이 되지 않아 완전 분리된 생활 속에서 얻을 수 있는 부분은 깨닫기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해외에 나가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뭐든 스스로 하면서 자신감을 얻고 자립심을 키우자는 기대를 가졌었습니다. 혼자 살고 매 일상이 새로운 경험인 시간을 보내기도 했고 주변 사람들과 영어로 문법이 다 틀리더라도 일단 부딫이고 말이 통하지 않더라도 해결해가는 과정 속에서 결론적으로는 원하던 바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뭐 지금도 자신감이 200%인 사람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매사 꼼꼼하고 진지한 성격에 충분히 장점으로 어울릴 수 있는 정도가 되었습니다.

 

다음으로 심적 변화는 사실 한국에 있을 때 우울감도 많이 겪고 혼자 힘들어했습니다. 공감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단순히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면서 해결되는 단순한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남들에게 말하지 않은 교환학생을 가는 이유중 이 부분이 큰 비율을 차지했습니다. 계속된 우울감이 저를 상당히 갉아먹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었기 때문입니다. 우울감이 교환학생이랑 무슨 상관이냐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거라 생각하는데 저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 지는 예상할 수 없지만 바쁜일상, 완전히 다른 환경, 즐거운 추억들이 이를 바꿔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다행히 이는 제가 교환학생을 다녀오고 얻은 것 중 매우 큰 소득이 되었습니다. 자주, 그리고 깊이 느끼던 우울감의 90% 이상이 해결되었습니다.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기가 되었고 이는 앞으로의 우울감에도 맞설 수 있는 무기가 되었습니다. 지난 2~3년간의 우울을 겪고 회복해낸 이 과정은 앞으로 또 힘든 일이 찾아오더라도 저를 버티고 극복하게 해줄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영어, 해외거주 경험은 모든 교환학생의 공통사항일텐데 저도 기대한 부분이고 실제로 많이 경험했습니다. 영어는 실력 자체가 엄청나게 향상되는 것은 아니어도 자신감있게 말을 할 수 있고 일단 부딫일 수 있었고 해외경험도 많이 했습니다. 독일에 살면서 학교를 다니며 얻은 경험들도 많고 주변 국가를 여행하며 얻은 부분도 많았습니다. 이 부분은 짧게 줄이겠습니다.

 

그리고 기존에 생각하지 못했는데 얻은 부분에 대해 크게 이야기해보면 자극으로의 분리, 나를 알아가는 과정, +a의 여행이었습니다.

무언가 단어로 보면 이상하다고 생각되실 수 있는데 먼저 자극으로부터의 분리부터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저는 어느순간부터 한국에서 인스타그램을 지웠습니다. 물론 sns는 장점도 많다고 생각하지만 우울감을 안고 살아가던 저에겐 더 정신건강을 안좋게 만드는 수단이었고 컨텐츠를 만들지 않고 소비만 하던 저에게는 쓸모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후 지인의 소식을 접할 기회가 줄어드는 등의 부작용도 있었지만 생각보다 장점도 많았습니다. 그리고 한국은 인스타그램이 남들에게 내 생활을 보여주는, 자랑하는 문화가 나쁜건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조금 심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분리되니 좋았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생각치 못한 자극으로부터의 분리가 있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하고있던 과열된 경쟁, 배달음식 등의 자극이 자연스레 멀어지는 경험이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로 돌아와서는 다시 받아들여야할 부분이지만 한번 이런 부분들에서 벗어나서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은 제게 의도치 않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나를 알아가는 과정으로 넘어가서 이야기해보면 저는 원래 먹을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고 대부분의 상황에 호불호가 없는 편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여러 나라를 여행하고 다양한 음식을 먹고 새로운 문화를 두 눈으로 보며 내가 나에대해 아는게 많이 없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여행지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정말 행복했고, 호불호는 그냥 갈등을 만드는 것을 매우 싫어하는 성격이 만든 회피였습니다. 약 5개월의 시간이지만 여유롭고 자유로운 삶을 살며 무얼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등 내가 나에대해 모르던 것들을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인데 나를 아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았고 앞으로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a의 여행이네요.사실 여행은 어느정도 갈 생각이었지만 엄청난 우선순위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반 이상의 시간이 흐르고 여행을 다니면서 이 부분이 매우 중요한 부분이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쉴 수 있는 거철를 두고 여행을 다니면서 보고 느낄 수 있는건 달랐습니다. 조금 더 천천히 주위를 둘러볼 수 있었고 세계는 정말 내가 알던 것과는 다른게 많다는 생각을 하며 교환학생을 할 때의 여행은 가능한 많이 하는게 좋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미리 알 수 없는 사안이긴 헸지만 이를 나중에 깨달아서 아쉽네요. 만약.. 이 글을 여기까지 읽고 교환학생을 가실 분이 있으시다면 돈이 조금 들더라도 아끼면서 최대한 많은 여행을 하고 후회없이 여행을 하는게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반년간의 교환학생을 큰 맥락으로 정리해 보았고 사실 교환학생이라는 주제로 이야기하면 정말 끝도 없을테지만 이 글은 여기서 마무리해야겠습니다.

 

 

여담으로 요즘 취미로 영상편집을 공부해보는데 사진도 사진이지만 영상을 많이 남겼다면 좋았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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